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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독일이 용의자들을 찾아냈고 이탈리아·폴란드와 공조해 검거까지 했는데, 독일로의 송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는 법원 판결을 통해, 폴란드는 정부 입장을 통해 용의자 송환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노르트스트림'은 러시아에서 독일로 천연가스를 운반하던 1,200km 길이의 해저 파이프라인입니다. 모두가 전쟁에 지쳐 잊힐 때쯤 용의자들이 붙잡혔습니다. 그들을 조사해 보면 가스관 폭파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 용의자 송환 제동에 독일 '부글부글'…폴란드 "가스관 파괴는 자위권 행사"
독일 검찰은 지난해 부동산 중개업소 노르트스트림 파괴 작전에 관여한 이들의 신체 정보를 확보했습니다. 추적 끝에 지난 8월 이탈리아에서 현지 경찰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장교 출신 세르히 쿠즈네초우(49)를 체포했습니다.
그런데 곧 독일로 올 것으로 보였던 그의 송환 결정을 이탈리아 대법원이 뒤집었습니다. 현지 시각 15일 저녁, 이탈리아 로마 최고법원이 쿠즈네초우의 송환을 부동산 중계수수료 계산기 승인한 항소 법원의 결정을 파기한 겁니다. 대법원 판결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는데 독일에선 이례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직전, 폴란드 정부가 또 다른 용의자에 대한 송환을 돌연 거부했던 터라 기대를 걸었던 독일 검찰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독일과 폴란드 간 갈등 청주소상공인지원센터 은 용의자 검거 전부터 불거졌습니다. 지난해 6월 독일 검찰은 폴란드에 은신 중이던 우크라이나인 다이빙 강사 볼로디미르 주라울레우(46)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는데, 현지 경찰이 영장을 집행하러 그의 집을 찾았을 때는 이미 고국으로 도주한 뒤였습니다. 그러자 독일은 폴란드가 용의자를 빼돌렸다고 의심했습니다. 폴란드 경찰이 주라울레우를 체포한 건 그가 상한갈대꺽지않으시는 폴란드로 돌아온 뒤인 지난 9월 말이었습니다.



폴란드 경찰에 체포된 볼로디미르 주라울레우 [출처 : ZDF]


독일 검찰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하자 음해라고만 맞받았던 폴란드는 최근 들어 노르트스트림 폭파 자산손상차손 행위를 적극 옹호하기 시작했습니다.
폴란드 총리실 산하 우크라이나 협력위원회 파벨 코발 위원장은 현지 시각 14일 독일 벨트지와 인터뷰에서 "문제는 노르트스트림을 폭파한 자가 아니라 가스관 건설을 옹호하는 자"라며 "노르트스트림은 침략자 러시아의 도구"라고 주장했습니다.
하루 뒤 현지 매체와 인터뷰 한 폴란드 국가안보국장 스와보미르 첸츠키에비치는 주라울레우 송환 자체를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노르트스트림 파괴는 범죄가 아니라 자위권 행사로 봐야 하고, 범죄로 본다면 러시아 편들기라는 게 폴란드 입장입니다.
■ 처음엔 "러시아 소행" 돌고 돌아 '우크라이나 배후설'…푸틴은 '미국' 의심
러시아는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2023년 3월, 푸틴 대통령은 독일이 수사에 소극적이라며 미국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조롱했습니다. 당시 독일과 미국에서는 우크라이나 배후설이 제기됐는데, 푸틴은 깊은 수심에서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려면 최고급 기술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을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지난해 8월 독일 검찰의 조사 결과를 입수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가 나왔습니다. 폭파 몇 달 전 우크라이나군 내부에서 가스관을 파괴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작전을 승인했다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중단을 요구, 젤렌스키가 중단을 명령했지만 이미 파견된 요원들이 연락 두절돼 작전을 취소하지 못했다는 내용입니다.
2023년 6월 워싱턴포스트는 우크라이나가 세운 가스관 폭파 계획을 미국 정부가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 정부 모두 연관설을 부인했습니다.



2022년 9월 노르트스트림 누출로 방출된 가스 (왼쪽) 범행에 사용된 선박 (오른쪽) [출처 : dpa통신]


우크라이나 배후설이 부상하기 전까지는 유럽과 미국은 한목소리로 노르트스트림 파괴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습니다.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돕지 못하도록 에너지 인질로 삼으려 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러시아는 자국이 가장 큰 피해자라며 펄쩍 뛰었고 조사 권한을 요구하기도 했는데 미국이 배후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 다시 불거진 노르트스트림 건설 찬반 논쟁…그럼, 파괴 배후는?
노르트스트림은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 에너지 안보를 흔들 수 있다는 이유로 건설 전부터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들의 비판 대상이었습니다. 노르트스트림은 육로 가스관으로 운송 수입을 챙겼던 우크라이나에도 막대한 손실을 안겼습니다.
그런데 최근 노르트스트림 건설을 주도한 장본인,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오랜 침묵을 깨고 묘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2021년 자신이 유럽연합과 푸틴 간 협상을 제안했지만, 폴란드와 발트 3국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전쟁을 막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입니다. 이는 동유럽의 분노를 샀습니다.
가장 강력히 반발한 건 폴란드였습니다. 메르켈 재임 당시 폴란드 총리였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는 "노르트스트림 건설 등으로 유럽을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하게 하고 러시아가 전쟁 자금을 모으게 만든 독일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뒤바꾸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재임 당시 만난 메르켈 전 독일 총리와 모라비에츠키 전 폴란드 총리 (2018년 2월) [출처 : AFP]


독일 내 여론은 갈립니다. 메르켈을 두둔하는 사람들은 값싼 러시아 에너지를 들여온 덕분에 독일이 다시 부흥할 수 있었고, 유럽이 외교로 러시아와 긴장을 잘 풀어야 했다는 입장입니다.
노르트스트림에 비판적인 독일인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파괴한 것까지 잘했다고 생각할까요? 기민당(CDU)과 기사당(CSU) 연합의 외교 정책 대변인 위르겐 하르트는 "노르트스트림은 녹색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저렴한 임시방편으로, 폴란드의 경고를 무시하고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과소평가한 결정이었다"고 비판했지만, 민주주의에서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주체는 폭발물을 소지한 파괴자들이 아니라며 "파괴 행위는 완전히 별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르트스트림 파괴로 유럽은 에너지값 폭등에 시달려왔지만, 폴란드는 그래도 용의자를 송환하지 않는 것이 자국 이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입니다.

과연 전쟁은 막을 수 있었던 건지, 러시아는 애초부터 가깝게 지내선 안 될 상대였는지 메르켈과 폴란드가 방아쇠를 당긴 논쟁은 종전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노르트스트림 사건의 진실도 논쟁에 휘말린 채 표류하지는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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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석 기자 (sy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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