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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를 밀고 주차장 증설 공사 중인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김휘원 기자


지난달 초 찾은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13단지. 녹지가 풍부해 ‘숲세권’으로 유명한 단지인데, 도로변 공원이 있던 자리의 수목은 사라지고 검은 아스팔트가 깔려있었다. 주차 공간이 너무 부족해 세 달 전부터 단지 내 녹지 일부를 이처럼 주차장으로 바꾸고 있다고 한다. 1987년 건설된 이 아파트는 세대당 주차 가능 대수가 0.7대에 불과해 매일 아침저녁으로 ‘주차 전쟁’이 벌어진다. 재건축을 통해 주차 공간을 확충할 계획이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재건축도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자 녹지를 희생시키는 궁여지책에 주민들이 합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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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에서 녹지 또는 보행로를 없애고 주차장으로 조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제 발전에 힘입어 차량은 급증한 반면, 주차 공간은 40~50년 전의 기준에 머무르면서 수급 불일치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치솟은 공사비와 각종 규제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이 늦어지고 있는 점도 원인이다. 주차장 때문에 공원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반발 때신천지게임
문에 갈등을 빚는 사례도 있다. 급격한 경제 성장과 지지부진한 노후 주거단지 정비사업으로 인해 예견됐던 사회적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차 지옥’에 화단 밀고 주차장으로
주차난을 견디다 못해 녹지나 휴식공간을 주차장으로 바꾸는 사례는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대부분이 가구당 차량 소유 대수가 황금포커성
적어 공동주택 주차장 설치 기준이 미비했던 1980년대~1990년대 초 사이 지어져 재건축·리모델링 등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들이다. 1992년 준공해 세대당 주차대수가 0.6대 수준인 서울 노원구 중계주공5단지는 지난 6월 테니스장을 철거하고 주차장을 만들었고, 1986년 준공해 최근 정비구역으로 지정고시되며 재건축 절차를 밟고 있는 도봉구 방학황금성잭팟
신동아1단지는 어린이 놀이터를 철거하고 주차장을 새로 짓기 위해 시공 업체 선정 공고를 냈다.
노후 단지에서 이런 사태가 빈번한 이유는 차량 보유대수가 가구당 0.10대 수준으로 매우 낮았던 1980년대의 낮은 주차장 설치 기준 때문이다. 서울시는 1981년 조례를 제정해 공동주택은 연면적 250㎡당 주차칸을 1칸씩 만들도록 했었다. 19릴게임 황금성릴게임
86년 준공된 목동신시가지13단지아파트의 경우 주차칸을 전체 세대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1100여칸만 만들면 됐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국의 가구당 차량 보유대수는 매년 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월 기준 1.08대까지 올랐다. 주차난이 극심하다 보니 차량을 2대 이상 보유한 가구는 주차비를 더 내도록 하고, 외부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주차 차단기를 추가로 설치하는 아파트도 늘고 있다. 지자체는 증설 비용까지 대 가며 주차장 조성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구축 아파트가 밀집한 양천구는 8월 중 지역 내 아파트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총 400칸 규모의 단지 내 조성 비용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재건축 지연에 깊어지는 갈등
주차장 때문에 녹지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반발 때문에 갈등을 빚기도 한다. 1970년대 지어진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는 지난 8월 단지 곳곳의 화단과 테니스장 등을 없애고 주차장을 짓는 계획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주민 투표 결과 찬성표가 60% 이상 나왔으나 용도변경에 필요한 세대원 3분의2 이상 동의 요건에는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단지에 20년 넘게 살았다는 주민 A씨는 “이미 10여년 전에 대대적으로 단지 내 놀이터를 없애고 500칸 넘는 주차 자리를 만들었는데 더는 녹지를 희생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한다고 했다.
녹지를 희생하지 않고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하 주차장을 신설하는 방법이 최선이지만 각종 규제로 정비 사업이 무기한 연장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주택 정비사업 인허가부터 착공까지는 평균 18년 6개월이 소요된다. 한국 최초의 단지형 고층아파트로 현재 여의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시범아파트의 경우 2008년부터 재건축이 추진됐지만 주민들의 의견차로 무산을 거듭하다 작년에서야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 추진 가닥이 잡혔다. 기본적인 건설 공사비 상승 뿐 아니라 지자체가 요구하는 공공기여 문턱이 높아지면서 불어나는 분담금 탓에 사업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지지부진한 노후 주거 단지 정비 사업으로 인해 예견됐던 사회적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후 주택 정비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정비 사업에 몇 년이 걸릴 지 기약이 없다 보니 기다리다 못한 주민들이 고육지책으로 이런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서 주거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노후 주택 단지의 정비 사업 인허가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규제 완화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