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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지지여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5-09-20 09:19본문
영의 상속 l 허진희 지음, 오리지널스(2025)
언젠가 설치미술 그룹 클레어 퐁텐의 ‘자본주의가 사랑을 죽인다’라는 네온사인 작품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작품은 현대사회에서 감정과 계산이 대치하는 관계의 속성을 보여주지만, 사실 자본주의가 우리가 아는 사랑을 낳은 건 아닐까? 현대 미디어에서 우리는 자본주의 논리를 벗어난 사랑을 본 적 자체가 드물다. 로맨스는 파트너와 함께 계급적 사다리를 올라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얻는 결말이 될 때 대중 호응을 크게 얻는 장르다. 서사에서든 현실에서든 이 자본주의적 욕망을 대신 안전하게 채워주면서도 이에 신경 쓰지 않는 척하는 이야기가 성공한다.
‘영의 상속’의 기본 설정이 중도상환이란 이런 예이다. 서른을 앞둔 오영은 모태 솔로에 프리랜서 편집자로 고양이 옹이와 함께 만족스럽게 살아간다. 그렇지만 로맨스 미스터리 작가이자 오영이 이모라고 부르는 제갈화랑이 저택을 넘겨주는 대가로 게임을 제안했을 때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오랫동안 책과 꽃이 가득한 이 집을 짝사랑했기 때문이다. 화랑이 제시한 조건은 딱 하나, 집에 온 다섯명의 손님이 오영 김치보 에게 호감을 보이기만 하면 된다. 물론 나라면 단독 주택 유지도 골치 아프고, 증여세는 물론, 매년 종부세를 감당할 능력이 없기에 굳이 이렇게 상속하라면 주저할 것 같지만, 등장인물이 부동산을 거부했다면 ‘오만과 편견’ 같은 고전은 아예 시작도 못 했을 것이다.
물론 이 소설은 들여다보면 저택을 배경으로 용의자가 한정된 미스터리의 구조에 새마을금고중앙회 이미지 가깝다. 이모는 “당신이 죽였다”라는 협박문을 받는다. 비가 내리고, 손님 한명이 증발한다. 저택은 고립되며, 독이 등장한다. 거기에 저택 자체가 심령 에너지를 지니고 있기에, 조예은이나 강화길의 저택 유령 소설들처럼 여성주의적 고딕 호러 속성도 있다. 저택을 물려받기 위해서 오영이 벌여야 하는 ‘나는 솔로’ 같은 게임은 어느새 뒷전. 저택에 감춰진 전설의 증권브로커 유산을 노리는 욕망을 파헤치는 것이 소설의 주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여러 장르의 전통 위에서 플롯을 빚어냈고, 마지막엔 이에 대한 메타적 시선도 있다. 즉, 고전 장르의 현대판 종합선물이다.
하지만 구성을 성실히 이어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작품에서 약간 아쉬운 면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오영이 어떻게 하든 저택은 상속될 것이다. 오영이 어떤 기업경기조사 사람의 마음을 가지려 하든, 그는 오영을 사랑할 것이다. 이런 진행은 장르 클리셰에 의심 없이 머무를 때만 성립한다. 로맨스는 주인공이 그에 관심 없다고 말해도 결국엔 경제적이든 관계적이든 안정을 약속받는 장르이므로, 이를 넘어 도발적인 서사가 되려면 섬세한 노력이 많이 든다. 그뿐 아니라 모든 장르에서는 클리셰를 좋아하는 충실한 팬들을 비판하지 않으면서도, 작품의 개별성을 내세우려면 등장인물도 작가도 치열하게 뛰어야 한다. ‘영의 상속’은 제목처럼 여러 장르 서사에서의 유산 상속을 시도한 소설이다. 그렇지만 상속에는 치러야 할 세금이 붙는다. 어떤 방식으로 이 세금을 낼지 고민하는 것이 작가의 일일 것이다.
박현주 작가·번역가
언젠가 설치미술 그룹 클레어 퐁텐의 ‘자본주의가 사랑을 죽인다’라는 네온사인 작품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작품은 현대사회에서 감정과 계산이 대치하는 관계의 속성을 보여주지만, 사실 자본주의가 우리가 아는 사랑을 낳은 건 아닐까? 현대 미디어에서 우리는 자본주의 논리를 벗어난 사랑을 본 적 자체가 드물다. 로맨스는 파트너와 함께 계급적 사다리를 올라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얻는 결말이 될 때 대중 호응을 크게 얻는 장르다. 서사에서든 현실에서든 이 자본주의적 욕망을 대신 안전하게 채워주면서도 이에 신경 쓰지 않는 척하는 이야기가 성공한다.
‘영의 상속’의 기본 설정이 중도상환이란 이런 예이다. 서른을 앞둔 오영은 모태 솔로에 프리랜서 편집자로 고양이 옹이와 함께 만족스럽게 살아간다. 그렇지만 로맨스 미스터리 작가이자 오영이 이모라고 부르는 제갈화랑이 저택을 넘겨주는 대가로 게임을 제안했을 때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오랫동안 책과 꽃이 가득한 이 집을 짝사랑했기 때문이다. 화랑이 제시한 조건은 딱 하나, 집에 온 다섯명의 손님이 오영 김치보 에게 호감을 보이기만 하면 된다. 물론 나라면 단독 주택 유지도 골치 아프고, 증여세는 물론, 매년 종부세를 감당할 능력이 없기에 굳이 이렇게 상속하라면 주저할 것 같지만, 등장인물이 부동산을 거부했다면 ‘오만과 편견’ 같은 고전은 아예 시작도 못 했을 것이다.
물론 이 소설은 들여다보면 저택을 배경으로 용의자가 한정된 미스터리의 구조에 새마을금고중앙회 이미지 가깝다. 이모는 “당신이 죽였다”라는 협박문을 받는다. 비가 내리고, 손님 한명이 증발한다. 저택은 고립되며, 독이 등장한다. 거기에 저택 자체가 심령 에너지를 지니고 있기에, 조예은이나 강화길의 저택 유령 소설들처럼 여성주의적 고딕 호러 속성도 있다. 저택을 물려받기 위해서 오영이 벌여야 하는 ‘나는 솔로’ 같은 게임은 어느새 뒷전. 저택에 감춰진 전설의 증권브로커 유산을 노리는 욕망을 파헤치는 것이 소설의 주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여러 장르의 전통 위에서 플롯을 빚어냈고, 마지막엔 이에 대한 메타적 시선도 있다. 즉, 고전 장르의 현대판 종합선물이다.
하지만 구성을 성실히 이어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작품에서 약간 아쉬운 면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오영이 어떻게 하든 저택은 상속될 것이다. 오영이 어떤 기업경기조사 사람의 마음을 가지려 하든, 그는 오영을 사랑할 것이다. 이런 진행은 장르 클리셰에 의심 없이 머무를 때만 성립한다. 로맨스는 주인공이 그에 관심 없다고 말해도 결국엔 경제적이든 관계적이든 안정을 약속받는 장르이므로, 이를 넘어 도발적인 서사가 되려면 섬세한 노력이 많이 든다. 그뿐 아니라 모든 장르에서는 클리셰를 좋아하는 충실한 팬들을 비판하지 않으면서도, 작품의 개별성을 내세우려면 등장인물도 작가도 치열하게 뛰어야 한다. ‘영의 상속’은 제목처럼 여러 장르 서사에서의 유산 상속을 시도한 소설이다. 그렇지만 상속에는 치러야 할 세금이 붙는다. 어떤 방식으로 이 세금을 낼지 고민하는 것이 작가의 일일 것이다.
박현주 작가·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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