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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News1 DB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제80차 유엔총회와 내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장문의 연설을 통해 한미를 향한 대외 메시지를 발신했다.
김 총비서는 이달 초엔 이례적으로 '다자외교'인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하는 등, 북한이 가장권위가 있는 '1호 외교'를 전면에 내세우며 한미를 흔들어 자신들에게 유리한 외교적 환경을 구축하려는 모양새다.
김정은, 전면에 나서 대외 메시지 강화…트럼프에 '南 빼고 대화' 손짓

노동신문은 22일 지난 지원동기및특이사항 20~2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3차 회의에서 나온 김 총비서의 연설 내용 전문을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다면 우리와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조건부로 열어뒀다. 그는 특히 "나는 아직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개인사업자 햇살론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라고 밝히며 트럼프 2기 출범 후 처음으로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날 그는 한미가 추진하는 북한의 '비핵화' 정책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했다. 김 총비서는 "'비핵화'라는 개념은 이미 의미를 상실했다"라고 강조하고, "핵을 포기하고 무장을 해제시킨 다음 미국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세상이 이미 잘 알고 중도상환 있다"라며 미국에 대한 불신도 분명히 표출했다.
그러나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를 냈다는 점, 특히 '좋은 추억'이 있다는 언급으로 봤을 때 북미 정상회담이 여전히 김 총비서의 관심사임은 분명해 보인다.
김 총비서의 연설과 대미 메시지는 오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차미소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앞둔 상황에서 나왔다.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북한 또는 김 총비서 본인에게 호의적인 메시지를 내도록 의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10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선 중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북한 관련 이슈를 부각해 한미 등을 상대로 '대리 외교전' 서브프라임모기지결과 을 펼치겠다는 의도로도 보인다. APEC 정상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두 참석한다.
김 총비서는 그러나 한국에 대해서는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거나 "수십 년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존재해 왔다"며 남북 대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모습을 반복했다. 한국을 자신들의 외교 상대로 여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재명 정부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미국을 '피스메이커'(peacemaker)로 내세우고 한국의 역할은 '페이스메이커'(pacemaker)로 설정한 구상을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의 호응을 받은 상태다. 이는 미국이 실질적 협상력을 발휘해 북한을 움직이는 동안 한국은 협상의 속도를 조율하며 '환경'을 만들어가는 보조자 역할을 맡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의 구상'을 배격하고, 미국과의 양자관계 설정에 더 주력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좋은 추억'을 언급한 김 총비서의 연설은 북미 대화 성사를 외교 목표로 공언한 트럼프에게 "양자관계 설정에 관심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 트럼프가 한국을 배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3일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톈안먼 망루에 오르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北, 유엔총회·APEC 때 핵보유국 지위 공고화 시도"
전문가들 역시 김 총비서의 연설이 고도의 전략적 계산이 깔린 행보라고 진단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뒷배'를 확보한 상태에서 트럼프의 '유동적 기조'를 활용해 미국과의 직접 담판을 준비하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을 외교 무대에서 배제해 한미 공조를 약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김 총비서가 중국의 전승절 참석 이후 미국과의 담판 가능성을 시사한 건, 단순한 관계 개선이 아니라 핵 보유를 전제로 한 당당한 협상을 의도한 것"이라며 "중국·러시아의 지원을 기반으로 자신감을 얻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북한의 이상적인 그림은 유엔총회에서 트럼프의 전향적 발언을 끌어내고, APEC에서는 중국을 등에 업고 '다극 외교'를 추진하는 것이지만, 그 구상이 현실화할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김정은은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입지를 인정받는 것을 전제로 담판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며 "북한은 이미 엄청난 핵무기 국가가 됐고,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미국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현 정세를 짚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총비서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비핵화 조건 없는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건 내부적으로 미국과의 대화 준비가 됐다는 신호"라며 "한국은 '상대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만큼,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의 외교·협상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유엔총회에서 트럼프의 발언이 긍정적으로 나오고, APEC에서 시진핑이 이를 뒷받침한다면 북한 외교는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