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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손들었는데 왜 발언권 안 주십니까.”
지난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주최 ‘혐오표현 판단기준에 관한 토론회’에서 한 청소년이 손을 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 상근 활동가인 17살 윤수영(활동명 수영)씨였다. 질문기회 요청에도 계속 외면하던 토론회 좌장 전민영 인권위 차별시정국장이 마지못해 수영씨를 지목했다. “성소수자 혐오표현 진정사건은 보류해놓고 이런 토론회는 왜 하는 겁니까. 위원장님은 해당 사건에 대해 입장 밝히시고 사과 한국주택공사임대아파트 한 뒤 사퇴하세요.” 주최 쪽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자 토론회장은 일순 술렁였고, 여기저기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야!” “조용히 해!” “지금 뭐하는 거야?” “왜 특정인을 모욕하냐고.”
인권단체들이 진작에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며 참여를 거부한 토론회였다. 좌장인 인권위 차별시정국장부터 성소수자 진정사건 대출금리계산법 의 처리를 방해했다는 비판을 받은 장본인이었다. 패널 중 한 명은 반동성애 혐오 담론을 쌓아온 이력이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듯 이날 토론회에는 보수 기독교단체에서 온 중·노년층 청중이 많았다. 이 자리에서 가장 나이 어린 수영씨는 이들의 반말 야유에도 아랑곳없이 꿋꿋하게 할 말을 했다. “(한 교수 패널을 향해) 누군가의 정체성을 단지 신용대출 dti 찬반의 이유로 재단하는 게 옳은 일인가요? 부끄럽지 않으신가요?”
당시 인권위 주최 토론회 청중석에서 다른 목소리를 낸 사람은 수영씨뿐이었다. 그는 지난 7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직접 소위원회 상정 보류를 지시한 성소수자 진정사건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나온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과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모두의 합병비율 화장실’을 둘러싼 문답이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했다는 진정이었다. 요즘 인권위를 반면교사 삼아 인권운동가의 꿈을 키운다는 수영씨를 지난 22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2년 전 합류해 성명·논평 등 작성 내란 뒤 인권위 전원위 수차례 방청 최근 인권위 혐오표현 토론회에선 보수 패널 모욕 속 꿋꿋이 할말 다해 “누군가 정체성, 찬반으 수시 성적 로 재단 안 돼”
“반인권적 주장 하는 인권위원들 보며 ‘청소년 인권위원 자리 만들어야’ 꿈꿔”
“이번 토론회와 비슷한 일을 2년 전에도 겪었어요.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부가 진행한 ‘교권 회복 및 보호를 위한 토론회’에서 한국교총 소속 한 패널이 학생인권조례를 ‘학생이 임신·출산할 권리, 일진회를 구성할 수 있는 권리’라며 호도했는데요. 제가 질문을 통해 ‘교육부 교육활동침해 건수 자료를 보면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의 침해 비율이 제정하지 않은 지역보다 적다’고 비판했거든요. 발언 도중 보수 기독교 단체에서 오신 분들이 ‘학생답게 발언해라’, ‘전교조 세뇌받았냐’라며 고성을 지르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계셨던 분들 상당수가 이번 토론회에서도 제 발언을 방해하고 소리를 지르셨어요”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는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금지 법안’ 반대와 학생인권법·조례 제정, 청소년 참정권, 나이주의 철폐 등의 의제로 활동하는 단체다. 2004년 창립해 20년이 넘었다. 수영씨는 학교에서 겪은 체벌과 용의복장 규제 등 학생인권침해에 저항할 언어를 찾다가 2년 전부터 아수나로와 인연을 맺었다. 현재 회원 관리와 성명·논평 등을 작성하는 일이 주 업무다. 학교에 다녔으면 고3. 지난해 탈학교를 했다. 입시경쟁에 지쳐있던 터에 지난해 5월 교내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미워해도 소용없어’라는 성소수자 혐오 반대 캠페인을 진행하다 혐오 공격을 받은 일이 계기가 됐다.



수영씨가 지난 7월4일 이화여대 학생들과 함께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가 한국퀴어영화제의 대관을 ‘학교 설립 이념에 반한다’며 일방적으로 취소한 일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수영 제공


인권위는 아수나로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알게 됐다. 2023년 아동청소년인권과를 통해 아동인권 모니터링 사업에도 참여하며 좀 더 깊이 관계를 맺었다. 지난해 12·3 내란 이후에는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인권위 최고의사결정회의인 전원위원회도 관심을 갖고 여러 번 방청했다. ‘윤석열 방어권 안건’을 의결하는 등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인권위 모습이 도드라지던 때다. 방청을 하면서 인권위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반인권적 주장을 서슴없이 하는 인권위원들의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인권위가 차별받는 사람들의 편이 아닌 차별과 혐오에 앞장서는 세력의 놀이터로 전락해 버린 거 같아요. 어떻게 인권위가 내란을 옹호할 수 있고, 또 어떻게 극우 기독교 법조인들이 상임위원직을 넘보려고 하나요? 안창호 위원장이 인권위를 정치적·종교적 신념을 실현할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특히 인권위가 서이초 사건 이후 학교 구성원 모두의 인권 보장을 위해 추진해오던 ‘인권친화적 학교 조성 정책검토의 건’을 심의하던 7월14일 전원위 광경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학교 구성원의 참여권 보장 및 자치기구 활성화’ 파트에 대해 강정혜 위원이 ‘학생이 학교운영위원회에 동등하게 참여하는 게 맞냐’며 ‘학생이 미성숙하니 참여하지 못하도록 구분을 둔 것이 아닌가. 학생의 의사는 학부모가 대신 반영하고 있지 않으냐’며 청소년 시민들의 판단 능력을 폄하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요. 들으면서 단어 하나하나에 개탄했습니다. 정말 청소년 인권위원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꿈을 꾸게 됐고요.”
다양한 영역에서 인권운동을 하고 싶은 꿈을 꾸는 그는 일부 인권위원들을 보면서 문제적인 어른이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고 했다. 그가 볼 때 문제적인 어른은 자신의 경험이 전부라고 믿는 어른, 자신의 세계관을 확장하지 않는 어른이다. “저는 인권운동이 재밌어요. 수많은 청소년, 소수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어려움을 듣고 그걸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는 얼마 전 인권위 의견표명을 끌어내기도 했는데, 짜릿한 효능감을 느꼈단다. 지난 8월 제주도 내 백호기 축구대회와 관련 학생들에 대한 자율성을 존중하는 응원 문화가 필요하다는 의견 표명이었다. 수영씨는 진정서 작성과 공론화 과정 등을 도왔다. 그 경험을 발표할 자리도 갖게 됐다. 오는 29일 인권위 제주출장소가 제주인권교육센터에서 여는 스포츠인권포럼에서다. 그의 발표주제는 ‘청소년의 관점에서 본 스포츠 응원문화’다.
수영씨는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주변부에 있는, 차별받는 사람들의 곁을 지키는 인권활동가가 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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