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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정부 전산망 마비를 초래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는 완진에 하루 가까이 걸려 시스템 복구가 지연되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서버 손상을 피하기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 진화에 반드시 필요한 대량의 물을 초기에 사용하지 못한 게 진화가 더뎠던 이유다.
28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대전 유성구 화암동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 26일 오후 8시 20분. 화재에 취약한 서버 보호를 위해 무정전·전원릴게임설치
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불이 났다. 공교롭게도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대형 화재로 이어진 셈이다.
화재 신고 직후 대전 유성소방서 소방대원들이 오후 8시 26분 먼저 투입됐고, 대전시 소방본부는 진화대원 200여 명과 소방차 등 장비 64대를 동원해 9시간 50분 만인 27일 오전 6시 30분쯤 큰LIG손해보험 주식
불길을 잡았다. 하지만 1시간 30분 뒤인 8시쯤 재발화해 옥내 소화전을 이용한 진화가 재개됐다.
완전 진화에 성공한 것은 21시간 40여 분 만인 오후 6시다. 소방 당국은 전산실에서 발화한 리튬이온 배터리들을 밖으로 빼내 소화 수조에 2, 3일간 담가 재발화를 막는 안전 조치에 들어갔다. 이번 화재로 국정자원 대전 본원 5층에 있던 동아에스텍 주식
배터리 팩 384개는 모두 탔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경위와 주요 피해. 그래픽=김대훈 기자


정부 및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해당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이 2012년부터 2013년 사이 LG대성에너지 주식
CNS에 공급했고, LG CNS의 배터리관리시스템으로 제작된 UPS 장비가 국정자원에 납품돼 설치된 건 2014년 8월이었다. 배터리 보증기간(10년)은 이미 1년이 지났다. 리튬이온 배터리 UPS 수명은 약 15년 이상으로 알려졌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1991년 상용화 이후 정보통신(IT) 기기는 물론 로봇,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기본예탁금
SS)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활용되는 이차전지다. 충전을 되풀이해도 이렇다 할 성능 감소 없이 쓸 수 있는 데다 과거 니켈계 배터리와 비교해 전압이 세 배 이상 높다. 그만큼 고용량·고출력 제품에 안성맞춤으로 평가되지만 셀 내부에 다량의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어 화재나 폭발 가능성이 없지 않다.
경찰과 소방 당국이 국정자원 화재의 정확한 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화재에 취약한 시설 환경이 초기 진화에 실패하고 큰불로 이어진 배경으로 꼽힌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를 진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물로 배터리를 냉각해 재발화를 막는 것이다. 화재 초기 물로 배터리 온도를 낮추는 이른바 냉각 소화가 열 폭주를 제한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5층 전산실 내부 공간이 협소한 데다 정부 서버 및 데이터 훼손 우려에 제대로 물을 뿌리지 못해 조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5층 전산실에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70여 개 정부 기관 전산시스템을 담당하는 서버가 있었다. 서버 사이 간격은 1.2m, 서버와 배터리 사이 간격은 60~70㎝에 불과했다. 화재 발생 뒤 완전히 불을 끄는 데 약 22시간이 걸린 까닭이다. 김기선 유성소방서장은 화재 현장 언론브리핑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다량의 물로만 진화가 가능한데, 국가 중요 서버가 파괴되면 더 큰 손실로 이어질 것 같아서 온도를 냉각시키는 정도로 소량의 물만 사용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로 '100% 안전한 배터리'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충고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는) 화재 가능성이 있으니 서버와 전기 설비 등을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매뉴얼을 현실이 따라가지 못한 결과"라며 "데이터센터 등 국가 기간시설은 효율성보다 안전성이 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