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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다가오지만 올해는 잠잘 곳이 마땅찮아 손주들에게 아예 오지 말라고 했니더.”
민족 최대 명절 한가위를 맞는 초대형 산불 피해지역 이재민들의 마음은 헛헛하기만 하다. 29㎡(9평) 남짓한 임시주택을 한데 모아 마을 한켠에 조성한 집단 주거시설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초대형 산불 피해로 삶의 터전을 전부 잃어버린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그날의 기억은 오롯이 남아 시간이 멈춘 듯했다.
김정자 어르신(83·경북 의성군 단촌면 구계2리)은 “자식들이 매일 전화하 연장수당 고, 주말마다 찾아오니 그나마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년 같으면 큰 명절을 앞두고 자식과 손주들을 위해 장도 보고, 음식 장만하는 게 큰 기쁨이었는데 올해는 아예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했다.
이웃 권하순 할머니(88)는 “추석 땐 7남매가 모두 모여 마당에서 함께 고기를 구워 먹곤 했다”면서 “고향에 와도 잠잘 곳이 마땅치 새마을금고중앙회 지원동기 않아 올해는 아예 오지 말라고 했다”며 씁쓸해 했다.
임시주택은 혼자 생활하기엔 넉넉하지만 부부나 3명이 살기엔 비좁아 타지에 사는 자식들까지 모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동연 어르신(80·단촌면 구계2리)은 “자식들이 고향에 오고 싶어 하지만 예전처럼 맘 편히 오라는 말조차 못한다”면서 “부엌이 너무 좁아 요리하기 중고차 허위매물 마땅치 않아 명절 장보기는 일찌감치 포기했다”고 말했다.
류시국 단촌면 구계2리 이장은 “명절을 앞두고 마을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은 느낌”이라면서 “이번 추석엔 차례를 지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하는 어르신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권춘월 어르신(88·경북 안동시 임하면 추목리)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텃밭 농사로 거둔 스타저축은행 농산물을 추석 때 찾아온 자식들에게 나눠주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올해는 집을 포함해 농사 밑천이 다 타버려 엄두를 못 냈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집단 주거시설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은 언제 새로 집을 지어 자손들이 오순도순 함께 모일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었다. 정부 지원만으론 새집을 짓기엔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임시주택에 대한 저축은행중앙회예금금리보기 정부 지원 기간 2년이 지나면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신숙자 어르신(84·임하면 추목리)은 “정비한 집터에 텐트를 치고 자더라도 고향에 오겠다는 손주들을 보면서 대견함과 뿌듯함을 느꼈다”면서도 “예년 같지 않은 상황에 명절 기분이 전혀 나질 않는다”고 했다.
일부 이재민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지만 힘에 부치긴 마찬가지다. 9월2일부터 새집을 짓고 있는 권 어르신은 “보상금만으론 새집을 짓기 턱없이 모자라 넉넉지 않은 형편에 자식들이 십시일반 모아 작은 집을 짓고 있다”면서 “내년 설에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부푼 희망을 내비쳤다.
3월말 경북 북동부 5개 시·군(의성·안동·영양·청송·영덕)을 덮친 초대형 산불로 3800여채 주택(완파·반파 포함)이 불탔고, 4000여명이 임시주택(모듈러·컨테이너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항우 경북산불피해주민대책위원장은 “집단 주거시설 임시주택이 2ｍ 간격으로 붙어 있어 사생활 보호가 어려운 점 등 일상에서 부딪히는 불편함이 크다”며 “속도감 있는 영구 주거시설 지원과 함께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현실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