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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지금 이 순간 코스피 종합주가지수가 4000을 넘었다. 대한민국 국운이 올라가는 느낌이다."(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함께 이뤄낸 경제 대전환의 위대한 성과다. 코스피 5000 시대로 가는 길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종가 기준 4000선을 넘은 이튿날인 10월2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최준필·연합뉴스


10월27일 집권여당인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 설치된 경 세우기 제 상황판을 응시하며 홈런이라도 친 듯 환호와 박수를 쏟아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은 10월29일부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안방에서 미·중·일 릴레이 외교에 나서며 연타석 홈런 성과를 노리고 있다. 마침 상대팀인 국민의힘은 탄핵에 이은 특검 정국에 내몰리며 제1 야당으로서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 대 e-모기지 통령과 민주당 입장에선 호재가 가득한 셈이다. 그런데도 당정의 '민심 전광판' 점수는 장밋빛 전망과 다르게 요지부동인 상태이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모양새다. 왜 그럴까.
답은 결국 팀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치권이 꼽는 당정 내부 복병 리스크는 크게 세 가지다. ①문재인 정부 당시 '내로남불'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 '10· 나이스신용평가정보 15 부동산 대책' 후폭풍에 ②'최민희·추미애'로 대표되는 민주당 내 강성 인사들의 '돌발 행보' 리스크 부각 ③출구 전략도 마땅치 않은 '조희대 사법부 공세' 딜레마 등이다. 여기에 정부가 '한미 후속 협상' '캄보디아 납치 및 구금 사태' '국가 전산망 마비 복구' 등 굵직한 현안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바로 내지 못하면서 이 대통령의 강점인 '실용주의 불법대출중개수수료 ' '능력주의' 이미지마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 같은 악재들은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에서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세 가지 리스크가 선거의 핵심 캐스팅보터로 통하는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 민심을 돌아서게 할 수 있어서다. 부동산 대책의 후폭풍에 혼란에 빠진 '수도권' 민심은 물론, 기업은행담보대출금리 강성 인사들의 입김과 논란으로 '중도층' 민심이 등을 돌릴 수 있다. 또 민주당의 사법부에 대한 공세가 자칫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옹호 수단으로 인식될 경우 공정이라는 가치에 민감한 '2030 청년' 민심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미 전광판 지표에서도 이들의 움직임이 심상찮은 만큼 당정 내부에서도 타개책 찾기에 몰두하는 분위기다.



민주 44.1% 국힘 37.3%…서울, 1%p 초접전
최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50% 선도 위태로운 모습이다. 임기 초만 해도 60%대 성적으로 내치(內治)에서 탄탄대로를 달리던 상황과 대조적이다. 리얼미터 조사(10월20~24일 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 진행, 응답률 5.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p)에선 이 대통령 지지율이 2주 연속 하락하며 취임 후 최저치에 근접한 51.2%로 나타났다. 한국갤럽 조사(10월21~23일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 진행, 응답률 12.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의 경우 56%로 전주 대비 상승했으나 대선 직후의 60%대 기세를 잇지 못하고 50%대 중반에서 맴돌고 있다(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의 지지율 상황은 더 녹록지 않다. 리얼미터 조사(10월23~24일 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 진행, 응답률 4.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선 2주 연속 하락해 44.1%를 기록했다. 국민의힘(37.3%)과의 격차는 6.8%p까지 좁혀진 상황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정권 교체 후 첫 30%대까지 추락했다가 한 주 만에 43%로 기사회생했다. 주목할 부분은 6·3 대선 직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했는데도 민주당 지지율은 거의 반시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네 달째 40%대 초·중반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점이다.
중도층 지지율 역시 빨간불이 켜졌다.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민주당의 중도층 지지율은 42.3%로 전주(48.4%) 대비 6.1%p 이탈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전주(31.8%)보다 3.5%p 오른 35.3%를 기록하며 양당의 중도층 지지율 격차도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 또 지역별로 보면 부동산 대책 직격탄을 맞은 서울 민심은 민주당 41.7%, 국민의힘 40.9%로 양당 격차가 1%p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의 지지율은 민주당 28.2%, 국민의힘 43.0%로 민주당 입장에서는 충격적 결과까지 나왔다. 30대 역시 민주당 40.1%, 국민의힘 39.6%로 양당 격차가 얼마 나지 않았다.
이처럼 '중수청' 민심이 여권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단연 '10·15 부동산 대책' 후폭풍이 꼽힌다. 앞서 정부는 '대출 억제'와 '투기 근절'을 골자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부동산 대책을 10월15일 전격 발표했다. 그런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정책 설계자들과 여권 고위급 인사들의 고가 부동산 보유 실태가 드러나면서 국민에겐 '내로남불' 트라우마가 다시금 재현됐다.
"돈 모아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사라"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은 배우자를 통해 '갭투자(전세 끼고 주택 매수)'를 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결국 차관직에서 사퇴했다. 여기에 이번 규제 정책 설계의 핵심 키를 쥐었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부터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줄줄이 전세·대출을 끼고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매입해 수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누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문제가 된 강남 아파트 두 채 중 한 채를 "부동산에 내놨다"고 밝혔는데, 이마저 실거래가보다 4억원 높게 내놓은 것으로 나타나 민심 이반에 불을 지폈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러한 모습들이 똑같이 어른거린 바 있다. 당시 '투기와의 전쟁'을 지휘했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임대료 5% 상한의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직전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14% 올렸던 사실이 드러나 경질됐다. 또 2주택자였던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은 청와대 지침에 어쩔 수 없이 서울 잠실 아파트 매각을 결정했으나, 이후 시세보다 2억원 가까이 비싸게 매물로 내놓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각 시늉' 논란을 남긴 채 청와대를 떠났다. 이때의 트라우마가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정청래 대표도 10월26일 의원총회에서 "부동산 정책은 민감하니 개별 의원의 돌출 발언을 자제해 달라"고 당내 함구령을 내렸다.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왼쪽부터) ⓒ시사저널 이종현·임준선·박은숙


'法 공세'도 역풍? '李 방탄' 프레임에 갇히나
국회 내에서 중책을 맡고 있는 여권 강성 인사들의 '돌발 행보'도 민주당 발목을 잡는 '자책골'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국정감사 과정에서 MBC 보도본부장에게 퇴장을 명령해 '갑질' 논란에 휩싸인데 이어, 해당 기간에 딸 결혼식과 관련해 '청첩장 카드 결제' '피감기관 축의금 수금' 등 추가 논란까지 겹치며 역풍에 직면했다. 여기에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당 지도부와 사전 조율 없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강행했고, 또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 과정을 촬영해 자신의 '유튜브 쇼츠 경쟁'에 활용하면서 질타를 받았다.
'이슈 메이커' 두 위원장의 리스크에 여당 지도부에서도 '선을 넘었다'는 비토가 나오는 모습이다. 한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중재자 역할의 국회 상임위원장들이 야당은 물론 피감기관들과 대놓고 직접 싸우는 것은 물론, 과도한 행보로 논란까지 만들었다"며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 위원장이 윤석열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괜히 나오겠나"라고 토로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원내지도부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고,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과유불급"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추 위원장을 필두로 한 법사위와 민주당 차원의 '사법부 공세'도 과속 딜레마에 빠진 상태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한 일부 공세는 수위를 넘으며 진보진영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꺼내든 패러디 사진인 '조요토미 희대요시' 조롱은 민주당 의원들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제동을 걸었다. 또 법사위가 추진한 현장 국정감사 역시 추 위원장과 법사위원들의 존재감 각인용 쇼츠 경쟁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본질이 희석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여권 주도로 추진 중인 '사법 개혁안' 역시 정치권뿐만 아니라 법조계, 학계 등 각계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부터 '대법관 증원'과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재판소원제 도입'을 예고한 데 이어, 최근엔 '법원행정처 폐지'와 '대통령 재판중지법'까지 다시 꺼내들고 있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사법부가 이 대통령의 재판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명분에서다. 하지만 사법 개혁이 결국 야권의 주장대로 '대통령 방탄' 취지로 흘러갈 경우 민주당은 '불공정' 프레임에 다시 갇힐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 외에 정부가 각종 현안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분도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미국과의 후속 관세 협상은 지난 8월 이후 세 달째 이견차로 타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캄보디아 사태와 관련해선 외교부가 피해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늑장 대응했다는 의혹이 커지며 조현 외교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사과까지 했다. 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정부의 전산망 복구가 예정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국민의 피해도 중첩되고 있다. 야권에선 이러한 부분들을 고리로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워온 이 대통령에게 '무능' 프레임을 씌우려는 모습이다.
해당 악재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권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도 감지되는 분위기다. 특히 여권 전략 파트에선 지방선거 결과를 가를 중수청 민심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중수청을 포섭해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하거나 끌어올린다면 7년 전인 2018년 지방선거 압승을 재현할 수 있는 반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각각 40%대와 30%대까지 떨어진다면 취임 1년 만에 '정권 심판론'이 작동할 가능성도 크다. 민주당 전략 파트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내세운 '중도보수론'에 버금가는 중도 유인책을 제시할 타이밍이 오고 있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